2021. 1. 5. 11:57ㆍ쎄오의 에코라이프!
매달 그때쯤이 되면, 동네 큰 마트에 가서 생리대 코너를 쓱 훑어본다.
조금 더 창의적인, 조금 더 획기적인 아이템들은 없을까 하고 요리조리 훑어본 후, 새로운 것들을 사 본다.
유럽에 살면서 좋은 점은, 마트에 가면 내가 살고 있는 프랑스 제품들 뿐만 아니라 옆 나라 이웃나라 제품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우리 집 근처 모노프리에도 꽤 많은 종류들이 있었다.
요즘 눈에 띄는 점은 새로운 브랜드 제품들이 나올수록 기존의 생리대와 탐폰처럼 나 그 물건 맞소~ 하고 겉 비닐이나 상자에 분명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아이스크림이나 색연필이 들어있을 것 같이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는 점. 또 매달 쓰는 소비재인 만큼 금세 버려지고 재활용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비닐 포장을 없애거나 종이로 대체되는 추세인 듯하다.
Bio 면을 사용한 생리대나 탐폰도 많이 보이고.
1. 'FLO' 탐폰 & 생리대
마치 아이스크림 같이 생긴 작은 컵에 탐폰들이 담겨있다. 아래는 생리대 박스. 'Flo'라는 이름의 브랜드인데 그냥 스치듯 지나가면서 보면 생리대나 탐폰이라고 절대 생각 안 들 듯한 패키징. 탐폰은 Bio면 + 노어플리케이터, 생리대는 대나무로 만들어졌다고...(?!)
근데 이 브랜드의 또 하나 좋은 점은 한 팩키지에 두 종류가 들어있다는 것! 보통 생리대나 탐폰 한 팩을 사면 그 안에 모두 같은 사이즈 (양 많은 날, 보통, 적은 날 등등)만 들어있어서 생리대의 경우, 예를 들면 오버나이트 + 보통 사이즈를 산다던지 혹은 양 많은 날 + 팬티라이너 이렇게 사고, 탐폰은 주로 그냥 보통 사이즈만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브랜드를 살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탐폰 + 생리대를 둘 다 병행하는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탐&생 세트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이 생리대를 한번 써보자! 하고 한 박스 구매하기로.
똑똑한 구글번역기를 돌려보자면,
<<자비로운 대나무! 빠르게 성장하고, 이산화탄소를 고치고, 최대 산소를 방출하고, 농지를 복원하고, 폐기물을 줄이고, 살충제와 비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컨대, 생태 학적 슈퍼 히어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제품은? : 100 % 대나무 인증 ecocert. GMO가 없는 옥수수 섬유 + FSC 인증 식물성 셀룰로오스 펄프. 생분해 성 포장. 합성 섬유, 살충제 잔류 물, 인공 착색제, 향수 또는 알레르겐이 없습니다.>>
+ 판매이익의 5%는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기부되고, 동물실험도 하지 않는 비건 제품..!
데일리 용 패드 10개 + 나이트 용 패드 5개로 구성
일단 사서 생각없이 쓰다가 이 후기를 쓰면서 찾아보니 생각보다 대단한 생리대였다 ;;
+)) 박스가 테이프자국없이 프랑스어로 빼곡히 적혀있어서 프랑스 회사에서 만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영국 회사 제품. 그래서 끌렸나...
2. 'MY HOLY' 탐폰
마이 호오~~~올리 탐폰.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해봤다.
요고는 프랑스 회사 제품. 안에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 16개가 들어있는데, 나중에 사이트 들어가서 알고 보니 같은 회사 제품이지만 이렇게 상자는 처음 사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용으로 두고, 내용물(탐폰)은 다 쓰면 그것만 살 수 있게 종이백에 담겨 판매하고 있었다. (뭔가 별거 아니지만 신세계) 탐폰 월간 구독 신청도 가능하다고....(월마다 탐폰 구독... 그래 월마다 필요하긴 하지.... 마트에 사러 갈 필요 없어 편하긴 한데 어색... 신세계..)
역시 100% 오가닉면 제품이고 탐폰 제작 시 들어가는 소재, 화학물질 등에 중점을 둔 듯한 제품.
박스 설명 구글번역 본
>> 비스코스 또는 살충제, 염소, 다이옥신, 첨가제, 고 흡수제, 염료 그리고 향료를 넣지 않았습니다. 합성 섬유의 보호 베일, 저자극성 테스트 완료.
( My Holy에는 어플리케이터 있는 탐폰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어플리케이터 또한 종이로 제작된 친환경 제품.)
3. 'NATY' 탐폰 & 팬티라이너
이 브랜드는 내가 처음에 탐폰 어플리케이터 사용을 플라스틱 문제로 고민하던 중에 친구가 추천해줘서 써본 '첫' 친환경 생리대&탐폰 브랜드. 상자만 얼핏 봐도 온갖 인증마크가 다 붙어 있어서 대단한 제품으로 보이기는 한다. 친환경하면 또 북유럽... 스웨덴에서 시작된 브랜드인데, 그 시작이 1994년 (wow) 나랑 동갑이다. 25년 넘도록 플라스틱을 지양하고 친환경 기반적인 제품을 만드려고 그토록 노력해왔다니... 그냥 감격.
위 다른 두 회사에 비해 회사가 꽤 커서 그런지 생리대 크기도 용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사이트를 둘러보니 아기 기저귀나 아기용 물티슈로도 유명한가 보다.
내가 Naty의 탐폰에 충격을 먹었던 것은 어플리케이터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탐폰 사용에 익숙해져서 주로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을 사용하지만, 한때는 어플리케이터 있는 탐폰 밖에 못 쓰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플리케이터는 십중 팔구 플라스틱이라는 것. 그러다가 친구와 얘기 중에 어플리케이터가 종이로 되어있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엥? 그게 가능해? 했는데 정말 그런 제품이 있었다.
(++최근에는 위 제품 My Holy에서도 그렇고 종이 어플리케이터 탐폰이 많이 나오는 듯하다. 처음 Naty 종이 어플리케이터를 본 나로서는 충격이고 센세이션이었는데 그래서 그만큼 이 브랜드가 더 강렬하게 인상에 남은 거 같기도... 역시 대체품은 찾아보면 다 있단 말이지)
그리고 보통 탐폰 개별포장은 모두 비닐로 되어 있는데 Naty 탐폰 포장은 비닐이 아니라 종이 비닐 같은... 종이봉투 같은 느낌의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하여튼 그러해서 플라스틱의 죄책감 없이 어플 장착되어있는 탐폰을 쓸 수 있다는 것! 이 큰 장점. 또 팬티라이너의 경우, 대부분의 제품은 팬티라이너 하나씩 일반 생리대처럼 비닐로 일일이 개별 포장되어 있는 반면, Naty 팬티라이너는 박스에 티슈가 들어있듯 포장되어 있다. 어차피 생리대 파우치에 넣어 다니니 딱히 더러워질 염려나 불편함도 없다.
Naty 생리대는 아직 사용해보지 않아서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워낙 브랜드 자체가 재생 가능성, 노 플라스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말해봐야 입 아플 듯.
글을 쓰면서 문득 느끼는 것은 위 제품들이 이렇게나 Bio 오가닉면만 썼다느니 화학제품 첨가는 안 했다느니 설명하는 것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대기업 브랜드의 생리대 & 탐폰 생산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재료가 쓰이고 얼마나 많은 화학첨가물들이 들어가는지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한번 쓰고 버려진다고 해서 유해물질, 위험물질이 쉽게 첨가되기는 다반사일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고려해 볼 생각이나 해봤으려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회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바로 '소비'다.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려고 하는 회사, 지구 생태계에서 재생 가능한 형태의 물건을 생산하려고 하는 회사를 지향하고 '소비'의 형태로 그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모든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