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2. 00:03ㆍ쎄오의 환경이야기
우리는 일생에서 많은 것을 버리며 살아간다. 매일 쓰는 화장지, 물티슈, 면봉, 화장솜, 키친타월, 휴지, 테이크 아웃 컵, 배달음식 포장용품, 일회용 식기, 비닐봉지 등등... 그저 하루가 버림의 연속일 때가 많다. 칫솔 또한 정기적으로 버리는 것들 중 하나. 크게 더러워지지는 않지만 치아 위생과 건강을 위해 보통 2-3 달마다 정기적으로 바꿔줘야만 하는 것이 칫솔이다.
'바꾼 지 두 달 정도 된 거 같은데... 오늘 새로 사야겠다.'
2020년 5월의 어느 화요일, 일을 마치고 동네 슈퍼에 가서 칫솔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코너 앞에 섰다. 평소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아무거나 하나 고르려고 하던 중 대나무 칫솔이 눈에 들어왔다. '대나무 칫솔?' 잘 모르겠지만 팩킹상자를 보니 친환경적인 느낌을 준다. 가격은 약 4.3유로(한화 약 5,600원)... '그렇게 싸진 않네, 그래도 사서 한번 써볼까?' 그렇게 대나무 칫솔을 사고, 집에 와서 대나무 칫솔에 대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전에는 칫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칫솔은 (나는 몰랐던)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플라스틱'이라는 점과 '자주 버려야 한다'는 점.
우리가 일생동안 버리는 칫솔은 몇 개나 될까? 우리는 평균 1-2달, 최대는 3-4달에 한 번씩 칫솔을 바꾼다. 3달에 한 번씩 칫솔을 바꾼다고 했을 때, 일 년에 한 사람이 쓰는 칫솔의 양은 4개. 일생을 100년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은 일생에서 약 400개의 칫솔을 쓰는 셈. 이런 식으로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칫솔 약 2,000-3,000억개가 매년 지구 상에 버려지고 있다.
'아니 이렇게 자주 버린다고 해도, 칫솔은 플라스틱이니 재활용하면 되지 않나?'
칫솔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칫솔모와 칫솔 손잡이가 다른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따로 버려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기 때문. 그렇다면 이 400개의 버려진 칫솔들은 어디로 가는가? 주로 땅에 매립하여 썩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매립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썩는데 무려 5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내가 10살 때 쓰고 버렸던 칫솔이 아직도 지구 상 어딘가에 썩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해 약 21만56000t의 플라스틱 칫솔이 분해되지 않은 채 땅 속에 매립되며, 이중 약 4만 5000t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이 칫솔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작게 깎이고 깎인다. 그렇게 바다를 파괴하고 해양생물들에게 치명적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이런 플라스틱 칫솔의 대안책으로 나온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나무 칫솔'이다.
대나무 칫솔은 대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립이 되어도 100% 생분해가 가능하며, 소각되더라도 플라스틱보다 유해한 배출 가스를 생성하지 않기에 플라스틱에 비교해 매우 환경적으로 깨끗하게 처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대나무를 자주 베어야 하니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 있지만, (걱정 덜게나🙋♀️) 대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 중 하나이며, 자라는 과정에서도 비료나 살충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자원이라고 한다. 게다가 대나무 특성상 잘 닳지 않고 건조가 빨리 되는 것도 다른 나무에 비한 장점.
그러므로 지금부터 앞으로 50년간 대나무 칫솔로 바꾸어서 사용한다고 하면, 일 인당 200개의 플라스틱 칫솔을 지구 상에서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를 500명만 실천해도 10만개의 플라스틱 칫솔이 사라진다.
현재는 유럽뿐 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대나무 칫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여 대나무 칫솔의 브랜드도 꽤 다양하다. 한국 내에서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Made in Korea인 제품도 있으며, 구매는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에 주문이 가능하다. 아직 동네 편의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앞으로 대나무 칫솔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더욱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 달 전, 개인 SNS 계정에 대나무 칫솔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한 친구가 며칠 전에 자기도 대나무 칫솔을 구매했다며 칫솔 사진에 나를 태그 해주었다. 'Petit à petit(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로 인해 나의 작은 변화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지구를 위한 움직임에 친구가 동참해준 것이 기뻤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의 실천이 내 주변을 바꾸고 그 주변의 주변 또한 변화시켜서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플라스틱 칫솔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나는 대나무 칫솔을 계기로 여러 생각을 하다, 환경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그대들도 대나무 칫솔로 시작하여 Petit à petit(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 이야기>
EP.02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이 뭐야?🐟
(부제;처음 만든 플라스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쎄오의 환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03 내가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 (0) | 2020.09.16 |
---|---|
EP.02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이 뭐야?🐟 (0) | 2020.07.13 |
Prologue - 위대한 변화를 위한 작고 소심한 움직임을 위해🌱 (2) | 2020.06.14 |